지평선

백수의 일상 - 761. <지금 이 순간, 이 장소. 개념미술의 시대.>

paxlee 2022. 9. 1. 04:53

Daniel Buren

Born in 1938, Paris, France

뷔렌은 서양미술사에서 ‘개념미술’의 시대가 시작된 1960년대 변화의 흐름 중심에 있었고 이후 지금까지 세계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작가다.

1950년대까지 서양미술에는 미술의 겉모습, 전시되는 장소, 매체의 순수성을 중시하는 모더니즘 미술이 발달해 있었다. 당시 이런 ‘미술을 위한 미술’이나 ‘모범적 모더니즘 미술’에 반대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뷔렌은 그 흐름을 이끌었다. 미술 작품은 미술관과 갤러리의 규정된 전시공간에 걸리고 관객은 전시된 작품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 그는 반기를 들었다. 1960년대 중반 기존 미술의 틀을 깨는 아티스트 그룹인 ‘베엠페테(B.M.P.T)’를 결성했고, 1968년에는 기존의 권위에 저항한 프랑스의 ‘68혁명’을 이끌었다. 줄무늬 패널을 등에 짊어진 ‘샌드위치 맨’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그의 1968년 퍼포먼스는 미술사에 유명하다.

특히 겉보기에는 아무 것도 뜻하지 않는 듯한 줄무늬는 뷔렌이 택한 일종의 전략으로, 이후 8.7cm 두께의 줄무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미술은 외형이 아니라 의미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라 관객’이라는 그의 생각은 1967년 롤랑 바르트가 에세이 <저자의 죽음>에서 제기한 생각과 맥락을 같이 했고, 1960년대 후반 ‘개념미술’의 시대를 열면서 뷔렌은 다른 주요 개념미술 작가들과 함께 세계 미술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다. 권위에 저항하며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 창조적 답을 찾는 뷔렌의 작업은 일제 치하와 군사독재에 맞서 매 순간 진실을 보도하는 데 진력하고 창조적 미래를 꿈꿔온 동아일보의 정신과 닮아 있다.

 

<빛의 관측소>, 루이비통 재단, 프랑스 파리 ⓒ DB-ADAGP Paris

 

뷔렌은 특히 현대인의 생활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는 건축물과 공공 장소를 자신만의 미술로 해석한다. 건물과 주변 환경을 캔버스 삼아 시·공간이 주는 영감을 바탕으로 장소특정적(site-specific)인 ‘인-시튀(In-situ) 작업’을 해왔다. 지난 50년간 프랑스의 팔레 루아얄, 그랑 팔레,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베이징 천단공원, 도쿄 긴자식스, 런던 지하철역(Tottenham Court Road Station) 등 세계 곳곳의 기념비적인 건물과 공공 장소에서 ‘인-시튀(In Situ, 장소 특정적)’ 작품을 전시 했다. 또 10여차례 이상 베니스 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에 참가하였으며 1986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전시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로비 ‘한국의 상’ 위에 설치된 동아일보 100주년 기념 오브제.

노소담 1064스튜디오 대표.

뷔렌은 2002년 파리 퐁피두 센터, 2005년에는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기념비적인 회고전을 했다. 2012년 파리 그랑팔레 <모뉴멘타 (Monumenta)>, 2014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의 < Like Child’s Play, Works On-site >, 2016년 파리 Fondation Louis Vuitton의 < The Observatory of Light > 전시 등 세계적인 미술관과 장소에서 전시를 했으며, 프랑스 파리 팔레 루아얄에는 그의 대규모 공공 미술 작품 <두 개의 고원 (Les Deux Plateaux)>이 영구 설치되어 있다. <두 개의 고원>은 1986년 발표 당시 “엣 궁전에 흑백의 줄무늬 원기둥이 웬 말이냐”는 격한 논쟁을 일으켰으나 현재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국내에서는 2006년 아뜰리에 에르메스 개관전과 환기미술관의 <공간의 시학> 그룹전, 2015년 313 아트프로젝트에서 개인전 < Variations, Situated and In Situ Works >을 했다.

 

 

[DNA 동아 뉴센테니얼 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