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 서울 이야기 (17) *-

paxlee 2005. 7. 6. 21:44

 

                        -* 수락산 이야기 *-

수락산은 서울의 북쪽에 불암산과 연결되어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경기도 의정부시와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왕조를 개창한 후 수락산을 서울의 수호산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수락산 능선상에 있는 많은 암봉들은 서울을 향해서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국이다.

수락산이란 이름은 사냥꾼 아버지가 호랑이가 물고 간 아들을 찾아 ‘수락’이라는 이름을 외쳐 부르다 바위 아래로 떨어져 죽은 뒤, 비 오는 날이면 ‘수락아! 수락아!' 하는 소리가 들리므로 산 이름을 수락이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고,

 

내원암 일대 계곡에 바위가 벽을 둘러치고 있어 맑은 물이 굴러 떨어지는 금류(金流)·은류(銀流)·옥류(玉流)폭포의 그 아름다운 운치와 산의 자태에서 그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수락산이란 이름은 바위신의 물이 바로 떨어지므로 중국 북송 때의 문인인 소식 (諦軾)의 적벽부(적벽부(赤壁賦))에 나오는 수락석출(水落石出)이란 글귀에서 따온 것 같기도 하다.

산중의 명소로는 오리바위를 돌아 오솔길을 거쳐 212계단의 가파른 돌층계를 오르며 시원하게 쏟아지는 금류폭포에서 내원암의 비경이 그윽하고 해발 637m를 장식하는 투구·고속·오리봉의 장관과 칠성대· 향로봉· 미륵봉의 기이한 모습이 눈을 끈다. 계곡의 곳곳에는 울창한 활엽수림으로 이루어져 가을 단풍이 유명하며 유서 깊은 흥국사· 석림사 등 많은 사찰과 암자를 산록에 감싸고 있다.

이성계가 수락산을 가리켜 한양 수호산이라고 말한 이래 수락산은 지사들이 은둔하고 풍류를 즐기는 곳이 되었다. 명당 기슭에는 왕족의 묘역이 마련되었으며 왕실의 지원을 받는 사찰들이 번창하였다. 따라서 많은 유적과 경승이 있어 수락산에 전해 내려오는 일화가 많다.

일찍이 삼각산 중흥사에서 공부를 하던 매월당 김시습이 1455년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찬탈했다는 소식을 듣고 공부하던 책을 모두 불살라 버린 후 정처 없는 유랑의 길을 떠나 첫 번째로 숨어들었던 곳이 수락산 서쪽의 석림사 계곡이었다.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은 김시습의 뜻을 따르며 그의 명복을 위하여 청절사(淸節寺)를 짓고 이곳에 주거를 마련하였다. 여기서 그는 실학 연구와 후학을 가르치며 일생을 보내니 너그럽고 후덕한 장자(長者)의 모습을 남겨 지명까지 장자동·장재울이라 전해지고 있다.

 

수락산 남서쪽에는 벽운동천(碧雲洞天)의 절경을 이룬다. 영조 때 영의정을 지낸 홍봉한이 이곳에 우우당(友于堂)을 짓고 당대의 석학들과 더불어 정치와 충효를 논하였다. 그리고 수락산의 남쪽 기슭에는 선조의 생부인 덕흥대원군(德興大院君)의 묘역이 자리잡고 있어 일명 덕릉(德陵)이라 불리고 있으며, 그 원찰로 흥국사(興國寺)가 있고, 서울 상계동에서 남양주시 별내면 덕송리로 넘어가는 고개를 덕릉고개라 부르고 있다.

수락산 동쪽에 위치한 내원암은 정조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크게 번성하였으며, 왕세자인 순조의 탄생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절의 건물은 근래에 새로 지은 것이지만 고려시대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륵입상이 있어 고찰로서의 연원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내원암에 오르는 계곡은 옥류동(玉流洞)·금류동(金流洞)·은선동(隱仙洞)의 폭포와 연못을 만들어 수락팔경을 읊조리게 한다.

수락 8경이라 불리우는 금류폭포, 은류폭포, 옥류폭포와 신라때의 흥국사, 이조때의 내원암이 있고 장암동에는 이조 숙종때 형조판서를 지낸 서계 박세당의 정자인 6각형의 궤산정이 있으며, 현재의 석림사는 박제사의 후신이다. 그리고 동서 산록의 계곡에는 수락산 유원지와 백운동 유원지가 있다. 이러한 수락산의 선경 중에 정허거사(연대미상)가 즐겨 불렀다는 ‘수락팔경(水落八景)’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양주라 수락산을 예 듣고 이제 오니
아름답게 솟은 봉이 구름 속에 장관일세

청학동 찾아 들어 옥류폭에 다다르니
거울 같은 맑은 물이 수정 같이 흘러가네

푸른 송림 바위 길을 더듬어서 발 옮기니
백운동에 은류폭이 그림 같이 내려 쏟고

자하동에 돌아들어 금류폭을 바라보니
선녀 내려 목욕할 듯 오색 서기 영롱하구나

미륵봉의 흰 구름은 하늘가에 실려 있고
향로봉의 맑은 바람 시원하기 짝이 없네

칠성대 기암괴석 금강산이 무색하고
울긋불긋 고운 단풍 그림인 듯 선경인 듯

 

내원암 풍경소리 저녁연기 물소리네
불노정 맑은 약수 감로수가 이 아닌가

선인봉 영락대에 신선 선녀 놀고 가니
청학 백학 간 곳 없고 구름만이 오고 가네

수락산 남쪽 기슭의 용굴암은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 민씨가 여주 지방으로 피신하면서 이곳에 들러 무사하기를 빌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수락산은 오랜 연원을 가지며 많은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데 6·25 전쟁 때는서울 방어선으로 수락산과 불암산 전선이 이루어짐으로써 많은 전재를 입었고, 불암산 유격대로 불리는 육군사관생도들이 내원암을 중심으로 유격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서울의 대도시화가 진행되어 수락산 남서쪽 일대가 대규모 아파트 주택단지로 개발되었다. 1988년 노원구가 설치되고 지하철이 개통되어 주거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인구가 집중되자 이제 수락산은 이곳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어 아침운동과 등산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수락산 수락(水落)의 진 면목을 보고 싶다면 4호선 당고개역에서 내려 창학동행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가 수락유원지 앞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입구에서 바당바위를 지나면 옥류폭포. 은류폭포. 금류폭포가 줄을 이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수락산의 다양한 코스가 많아 다른 코스로 올라 갈수록 새로운 산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수락산 등산은 전철 7호선 수락산역에서 가장 많이 오른다. 7호선 종점 장암역에서 석림사로 오르는 코스도 좋고, 4호선 당고개역서 오르는 길과 상계역에서 오르는 길은 능선 길 이어서 초심자들이 오르기가 쉽고 편하다. 불암산과 수락산을 함께 오르는 종주코스도 볼거리와 산행의 멋을 맛볼 수 있다.

 

전철 의정부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장암동 주공7단지 앞에서 수락산의 가장 긴 코스를 오르면 능선길이 아기자기 하며 홈통바위 일명 기차바위를 오르는 재미도 산행의 또 다른 진수를 맛보게 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멀지 않다. 정상에는 장소가 협소하여 헬기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천천히 정상을 오르면 된다.

 

서울에 있는 산들이 대부분 바위산이고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수락산도 곳곳에 암벽을 만나게 된다. 바위를 즐기는 사람들은 바위를 오르고 돌아가는 우회길이 잘 되어 있다. 수락산도 휴일에는 등산객이 넘쳐 지체되는 곳이 많다. 조금 힘이 들기도 하지만 바위를 타고 오르는 그 아기자기한 느낌과 감동이 산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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