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숨겨진 1인치' 사패산(552m) *-

paxlee 2005. 7. 10. 22:19

                      '숨겨진 1인치' 사패산(賜牌山 /552m)

 

일시 : 2005, 07, 10. 일요일 10:00시.

장소 : 전철 의정부선 회룡역 북쪽출구 광장

산객 : 여오남칠 (모두 연필 한타스)

코스 : 회룡역-회룡사-계곡-능선-사패산(중식)-안골능선-안골계곡-

         안골유원지(탁족/뒤풀이)-의정부역.

 

사패산은 그 동안 군사시설 관계로 산행이 통제되어 도봉산에 붙어 있으면서도 숨겨진 산 이었다. 그래서 숨겨진 1인치라는 닉네임이 붙어진 것이다. 사패산은 북한산 국립공원에 속하여 도봉산의 한 줄기이지만, 사패산은 도봉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사패산을 오르는 길은 양주시 쪽에서는 송추계곡과 원각사계곡 등이 있고, 의정부 쪽에선 안골, 범골, 회룡골 코스 등 3가지 길이 있다. 우리는 회룡역에서 회룡매표소를 지나 능선 길로 접어들어 산행을 시작하였다. 숲이 우거진 산길은 조용하고 푸르기만 하다.

 

날씨는 잔뜩 흐려있으나 습도가 높아 그런지 조금 오르니 벌서 땀이 흠뻑 솟아 오른다. 처음 오르는 코스여서 얼마나 올라가야 능선에 닿을 지 궁금함을 간직한 체 땀을 닦으며 찬 물도 마시고 과일도 나누어 먹으며 쉬었다가 계속 올라갔다. 능선에 올라 우측으로 첫 봉우리에 도착하였다.

 

첫째 봉은 바위로 이루어 져 있어 그곳에 올라 쉬면서 의정부쪽의 시가지를 조망하여 보고, 건너편 수락산은 안개구름에 가려져 있다. 제2봉을 향하여 출발하여 걷는데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더위와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두번째 봉에 이르니 바위가 앞을 가로 막아 선다. 

 

이번에는 우회도로를 따라 돌아가기로 하였다. 세번째 봉우리도 암벽이 높이 솟아 있어 그곳에 올라 쉬었다. 서울 근교 산들은 왜 이렇게 암벽이 많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오랜 세월 동안 바위에 쌓여있던 흙들이 비 바람에 씻겨 내려가 바위가 앙상하게 남아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산의 주인은 나무일까? 바위일까? 바위는 생긴 그 모습 그대로 웅크리고 있지만 나무는 키를 키우며 자란다. 그러나 산의 높이는 나무의 높이가 아니고 정상을 지키고 있는 바위의 정점이 그 산의 정상이 된다. 그래서 나무와 바위는 같은 곳에서 동고동락을 하면서도 서로 시샘을 하는지도 모른다.

 

나무는 바위의 그 웅장함을 시샘하고, 바위는 나무의 그 키 자람을 시샘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서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다 나무보다 힘이 센 바위가 정상을 모두 차지하여 나무의 자람을 무력화 시키고 있어 높은 산의 나무일수록 나무의 굵기보다는 높이 키 자람을 우선시 하여 높이 높이 솟아오르기만 하는 것 같다.   

 

어쩌다 바위 틈에 소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면 자기 몸 하나 바로 세우지 못하고 옆으로 뉘여 비스듬히 자라는 모습은 애처럽기만 하다. 나무의 뿌리는 바위틈을 파고 들지만 바위는 바위대로 나무의 뿌리를 쉽게 받아주지 않으려고 한다. 뿌리의 깊이가 더 할수록 바위의 아픔은 그에 비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미워도 아픔이 다가와도 그 들은 산의 주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만큼 또 서로를 배려하면서 서로를 아끼며 보듬어 주기도 하는 것이 자연이란다. 그것은 나무 없는 산은 산이 아니며, 바위 없는 산은 또 얼마나 밋밋하고 산의 아름다움을 앗아갈 것인가 서로 잘 알기 때문이다.

 

나무와 바위가 그 산의 얼굴이다. 얼굴 없는 산은 얼마나 볼품이 없을까 생각만 해도 그것은 상상이 안간다. 사패산도 도봉산의 그 모습을 닮아 정상에는 거대한 하나의 바위가 넓게 펼처져 있다. 오늘도 이곳에는 점심식사를 하는 등산객이 그 넓은 바위를 다 차지하고 있어 우리는 조금 기다렸다가 자리를 잡았다.

 

오늘도 정상 주는 얼음이 박힌 막걸리와 맥주, 그리고 달콤한 포도주 참 이슬을 주고 받으며 정을 나누고 식사는 역시 진수성찬이다. 매밀 묵이 입맛을 돋우고 상치 쌈이 일품이다. 풋고추의 그 매운맛이 위를 자극하여 구미를 당기게 하고 조개 껍질까지 같이 담근 조개 젖의 맛은 새로운 맛을 풍겨주었다.    

 

과일과 커피까지 식사를 마무리하고 늘어지게 휴식을 간진 뒤 일어섰다. 시페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봉산의 모습은 서울 쪽에서 보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포대능선의 정상에서부터 높고 낮은 봉우리가 연이어 져 있고 멀리 오봉까지 조망되고 여성봉 능선과 북한산 상장능선까지 선명하게 크로즈업 되었다.

 

사패산 짧은 산행이었지만 아기자기한 암벽길과 곱게 늘어선 능선길의 아늑한 오솔길을 걸으며 땀 흘리며 산행의 즐거움과 만남의 정을 함께하는 정다운 산방의 산행은 언제나 웃음이 넘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또 다음 산행을 약속하면서 하산을 하였다.

 

안골유원지에서 차거운 냇물에 발을 담그니 그 시원한 느낌은 산행의 피로를 날려보내는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감자전과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나누고 오이지에 얼음이 둥둥뜨는 시원한 그 맛이 꼭 시골의 맛이라며 입을 맛추고, 고추가 모자란다고 하니 누군가가 자기도 메운 고추가 하나 있다고 하여 누구는 웃고 누구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 어리둥절하는 모습에 또 한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