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천사들이 없는 천사봉을 다녀와서 *-

paxlee 2005. 7. 12. 23:39

 

                 천사들이 없는 천사봉을 다녀와서

 

9시에 마을버스를 타고, 석계역에서 6호선 전철을 바꿔타고, 태능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상봉역에서 내려 10에 출발하는 용문행(4,700원) 버스에 올라 탓다. 망우리 고개를 넘어 구리를 지나고 덕소에 닿으니 한강물은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온통 흙탕물이다. 비록 흙탕물이지만 한강을 끼고 달리는 강변도로는 그래도 시원하였다.

 

팔당을 지나고 양수리 다리를 건너면서 차창 밖으로 눈길은 한강물에 머물러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에는 호수처럼 바다처럼 물에 잠겨있는 듯 하다. 자세히 보니 북한강의 물은 파란 물줄기가 흐르는데, 남한강의 물은 누런 흙탕물이 흐르다가 북한강의 파란 물줄기를 집어삼켜 황토 빛 흙탕물이 유유히 흐른다.

 

양평에 11시에 도착하여 승객을 내리고 또 승차시켜 출발하였다. 용문에는 11시 11분에 도착하여 하차를 하였다. 중원리가는 버스 시간을 문의하니 11시에 출발하였다고 한다. 다음차는 오후 2시에 있다고 한다. 중원리가는 것을 포기하고 11시 20분에 용문사(850원) 행 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종점에서 내렸다.

 

산행하는 두 분을 만나 중원산 산행에 대하여 문의를 하니 용문산은 산행길의 안내가 잘 되어 있어 혼자서도 갈 수 있지만 중원산으로 오르는 길은 있지만 혼자서 처음 길을 가는 것은 무리라면서 12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에 힘든 다고 한다. 산행지가 어디냐고 물으니 자기들은 바로 앞산을 가리키며 이 용조봉(660m)을 오르고 용조계곡에 물이 좋으니 그곳으로 오른다고 한다.

 

나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혼자서 초행길에 고생하지 말고 오늘은 이분들과 용조봉이나 오르고 가자고 마음먹고 따라 붙었다. 이분들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수정같이 맑고 투명한 물이 계곡 가득히 소리를 치며 흐르는데, 다리를 부여잡고, 마음까지 붙잡는다. 이분들은 아에 물가에 자리를 잡드니 산은 오를 생각도 않고 여기서 쉬어간다며 주저앉는다.

 

나는 산행을 왔지 물놀이를 온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산행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계곡길은 돌로 다듬어 놓았으나 넓은 편이었다. 계곡을 건너갔다 왔다하며 계속 올라가니 길은 점점 좁아지고 물이 불어나 길이 허미해 지드니 올라갈수록 길의 흔적이 없어지고 만다.

 

계곡이 얼마나 깊고 깊은지 올라가도 올라 가도 끝이 없이 이어진다. 혼자서 가는 길에 숲은 우거지고 물소리만 요란하게 울리는 계곡 길은 지루하고 지겨워 진다. 동행이 있다면 도란도란 이야기라도 나누며 쉬엄쉬엄 오를 수 있지만 혼자서 가는 길은 너무 적막하였다. 계곡길이 없어지니 앞길이 막막하였다.

 

하는 수 없이 능선으로 올라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길도 없는 능선을 보고 오르니 땀이  비 오듯이 솟아 오른다. 힘들게 능선 초입에 올라서서 숨을 돌리고 물을 마시고 과일을 하나 먹고 쉬었다가 다시 오르는데, 어제 내린 비로 산은 촉촉히 젖어있어 급 경사길은 무척이나 미끄럽다.

 

두 발자욱을 옮겨놓으면 한 발자국은 밀려 내려 왔다. 가파른 길을 숨을 헐떡이며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는 길은 한 발자욱 옮겨 놓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 조금 오르니 멧돼지 발자국이 여기저기에 있고 그 발자국도 미끄러지며 올라간 흔적이 뚜렸 하였다. 

 

혼자 가다가 멧돼지 무리라도 만나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잠시 생각을 하면서 오르니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2시간 넘게 힘들게 걸어서 2시 10즘에 능선에 올라섰다. 좌우로 난 길에서 어디로 가야 어디를 가는지 암담한 마음을 안고 우측으로 걸었다. 가다 보면 안내표시가 있겠지 하고 무작정 걸었다.

 

능선에 가까이 올라갈수록 안개에 쌓여있드니 능선길에 올라서니 산하에 안개가 덮혀 산하가 보이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볼 수가 없으니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어 더 답답하고 어느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수가 없다. 오늘은 혼자서 정처없이 산길을 헤매는 날인지 미지의 길을 마음 조리며 걷고 또 걷는다. 

 

능선 길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걸었다. 가다 보니 계속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오늘은 처음부터 산행동료를 만나지 않고 중원산 길로 접어들었으면 아마도 이렇게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하였다. 지친 다리로 힘들게 오르고 또 오르니 그 정상에 산림청에서 천사봉(1004m)이란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이곳이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한음자연휴양림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안내 표지석에 좌우지점이 어디라는 것을 밝혀놓았으면 좋으련만 단지 이곳이 천사봉이라는 것 밖에 없으니 답답하였다. 계속 진행하다 보니 여기서부터는 계속하여 급격하게 경사가 진 하산길이다. 비에 젖은 길은 진 흙 길이어서 겨울 눈 길보다 더 미끄러웠다.

 

내려오다 아마 5-6번을 엉덩방아도 찧어서 옷과 손은 흙투성이다. 한번은 넘어지면서 손을 집었는데, 하필이면 바위모서리를 집어서 살점이 달아나 피가 흐른다. 수건으로 동여매고 내려왔다. 3사 20분쯤에 임간도로에 내려섰다. 임간도로는 길이 안전하고 좋았으나 산하를 내려다 보니 아직 산 중턱이다.

 

산 허리를 몇 구비 돌고 돌아서 내려오다 보니 좌측길이 있었는데, 그곳으로 가지 않고 계속 왔더니 철탑이 서있고 여기서부터는 길이 없다. 되돌아가기는 너무 멀고 하는 수 없이 길도 없는 곳을 더듬어 내려가자니 고역이었다. 그래도 10여분 내려오니 계곡의 넓은 길에 내려 설 수 있었다.

 

그 길을 혼자서 터들터들 얼마를 내려오니 한음팬션의 그리운 집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인적은 없다. 그곳 개울가에서 손도 씻고 흙투성이인 신발과 옷을 대강 물로 닦고 그 참에 발도 담그고 쉬었다가 얼마를 더 내려오니 몇 체의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있고 한음자연휴양림 안내판에는 1km라는 거리표지가 서 있다.

 

내려오다 동네 분에게 차편을 문의하니 하루에 네 번 버스가 들어오는데, 3시에 나갔으니 7시에 버스가 들어온다고 한다. 시간을 보니 4시 45분이다. 택시를 부르면 오는데 반월까지 12km인데, 15,000원 이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걸어서 갈수는 없으나, 걸어가다가 작은 화물차를 얻어 타고 큰 길까지 나 왔다. 자기는 양평반대편으로 간다고 하여 내렸다.

 

이곳에서도 7시 버스 외에는 차가 없다고 하였다.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용문이나 반월까지 가야 하는데 난감하였다. 봉미산 입구 길가에 서 있으니 지나가는 차가 서드니 봉미산에 다녀 오느냐고 문는다. 천사봉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하였드니 자기는 내일 봉미산 답사 산행을 와야한다고 한다.

 

여기서 조금 기다리면 소리산 약수터에 물을 뜨러 가는데 다녀와서 태워 주겠다고 하여 기다렸다. 약 15분쯤 기다리니 도착하여 그 차를 타고 오면서 용문이나 양평까지만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오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집은 개포동이고 강남한마음산악회 팀장으로 일 하는데, 자기도 내일 봉미산 답사을 와야 한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오다 보니 억양이 비슷하다고 하면서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서 상주라고 하였드니 자기는 상주 함창이라고 하면서 고향사람을 만났다고 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지루하지 않게 왔다. 자기는 한음마을에 택지를 사 놓고 돌보기 위해 자주 내려온다고 하였다. 산행은 고생을 하였지만 귀가 길은 편하게 왔다.

 

그래서 고생과 낙은 반반이라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 6시 30분쯤에 암사선 전철 복정역에 도착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시원한 수정같이 맑은 계곡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용조계곡, 천사봉의 급경사와 미그러운 하산길, 그리고 시골길의 대중교통이 없는 오지, 승용차를 빌려 타고 편하게 돌아온 귀가길, 오늘의 산행은 기억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