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복잡계 개론 -

paxlee 2005. 12. 12. 19:56

 

                - 세상을 움직이는 숨겨진 질서 읽기 복잡계 개론 -

 

복잡계란 말 그대로 복잡한 시스템을 의미하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복잡계란 단순히 추상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는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공통된 질서의 창발(創發)을 의미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쳐왔던 자연과 사회, 경제계의 여러 현상들에도 이러한 복잡성이 도처에 숨어 있음을 보여주면서, 복잡계와 복잡성의 의미, 복잡계의 이론 및 배경, 그리고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와 그 한계에 대해 소개한다.

 

[복잡계 란] - 세상은 수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수많은 구성요소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가 걸어온 길은 격동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갓 식민지에서 벗어나자마자 맞은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한 우리는 눈부신 고도성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일궈냈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함께 IMF 구제금융을 받고 국가부도위기에 처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자처하던 우리나라는 왜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했을까?

 

복잡계 이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경제 시스템은 수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수많은 구성요소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상호작용의 결과 음의 되먹임(Negative Feedback)이 발생하기도 하고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 발생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잘 균형을 이루고 있다가도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 급진적인 양의 되먹임 현상으로 인해서 1997년과 같은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1997년의 경제위기가 하나의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닌 다양한 원인들이 상호작용을 통해서 양의 되먹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비단 경제 시스템뿐만 아니라 세상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잡계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버스노선과 지하철, 전세계를 복잡하게 연결하는 항공망, 통신망, 인터넷 등은 대표적 복잡계이다. 또한 다양한 구성요소를 가진 지구촌, 국가와 도시, 기업생태계,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 등 우리가 사는 일상 자체가 복잡계이다. 이러한 복잡계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복잡계를 설명하는 이론과 복잡계를 기술하는 방법론은 분명히 세상을 바라보는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줄 것이다.

 

CEO들은 조직을 바라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야가 트일 것이고, 영업사원들은 시장을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학자들은 현상을 기술하는 방식이 향상될 것이고, 펀드매니저는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은 기업의 경영자,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교수나 대학원생, 다양한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자, 관심 있는 일반인 등이 복잡계를 쉽게 이해하고 복잡계 이론을 활용하여 직접 업무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복잡계에 대한 용어] 흔히들 복잡계는 어렵다고들 한다. 어려운 용어에 복잡한 수식에 게다가 뛰어난 프로그램 능력을 요구하는 방법론에 질려서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복잡계를 오랫동안 전공한 연구자들조차 복잡계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거나, 또는 복잡계 관련 발표를 이해하고 사고하면서 들을 수 있으려면 적어도 1년 정도의 꾸준한 연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복잡계에 대한 내용은 들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무리 떠들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 책은 복잡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기보다는 친근한 접근을 먼저 생각했다. 어렵기만 한 학문의 한 조류로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여러 사람에게 전해보자는 것이 출발이 되었다. 저자인 윤영수 씨와 채승병 씨는 이 책을 쓸 결심을 하면서 여러 번 관점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복잡계 이론을 축으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접목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고, 두 사람은 그것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학제 간의 연구를 위한 기본 바탕에 복잡계의 틀을 짜고 싶어했다.

 

그런데 자료를 찾고 기존의 책들을 읽으면서 우리말로 번역된 복잡계 관련 많은 베스트셀러들이 절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복잡계 관련 용어조차 우리말로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복잡계 관련 책들이 너무 형이상학적이거나 양극단을 달리기 때문이라는 데 두 저자는 인식을 같이 했다. 영어로 된 책이든 우리말로 된 책이든 복잡계에 대한 책은 너무 수학적이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이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한정된 독자층을 가지고 있으며, 결국에는 절판으로 이어졌다.

 

독자들이 복잡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다양한 왜곡현상도 비일비재했다. 이 책은 두 저자의 그러한 고민들이 올곧게 정리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계에 대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서 다양하게 쓰이는 복잡계 이론과 관련된 용어를 쉽게 전달하고 통일시켜야 한다는 목표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복잡계를 접하고 싶은 사회과학도, 기업체 임직원, 일반인 등이 쉽게 복잡계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방법의 길잡이 - 복잡계 이론은 한편으로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의 사고가 융합되어 탄생한 전형적인 학제간 연구 분야이다. 그만큼 각 분야의 연구 방법론과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저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복잡계 이론을 접하는 과정은 “오솔길을 따라 가을 산을 오르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우거지고 바람소리와 물이 흐르는 하나의 오솔길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음미할 가치가 있지만 오솔길을 벗어나 골짜기와 능선을 올라가며 시야는 트여가고, 크게만 보였던 나무들이 어우러져 산 전체로 타 들어갈 듯한 아름다운 풍경이 봉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러므로 “복잡계는 서로 다른 길을 따라 올라온 사람들이 각자 느낀 풍경을 나누며 전체적인 산의 모습을 재구성해가는 담론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쯤에는 혼란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 복잡성 속에 깃든 질서를 느끼고 새로운 사고를 시도해볼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복잡계의 시각을 통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어떠한 접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복잡계의 역사] 복잡계 이론은 사실 근래 갑자기 발견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 속에서 복잡계의 존재는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복잡계는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지성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발견되어왔다. 다만 과거에는 다양한 복잡성을 하나의 틀로 담아낼 만큼 세세한 지식이 축적되지 못했으며, 이를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이론화할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에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잡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과학의 지평이 넓어지고 시야가 트이게 되면서 다양한 영역의 복잡성을 하나의 틀로 바라보게 되는 새로운 흐름으로 터져 나온 것이 바로 복잡성 과학(complexity science)이다.

 

[뿌리] 복잡계 이론의 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혼돈, 프랙탈, 자기조직화 이론은 20세기 초반부터 개념을 잡아가고 있었다. 혼돈 이론의 뿌리는 푸앵카레의 초기조건의 민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비선형 상호작용을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단이 없었다. 참여하는 구성요소의 수가 증가하고 계층을 형성함에 따라 상호작용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이를 계산할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세기 중반 이후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계산능력의 비약적인 향상으로 자연스럽게 혼돈 이론이 과학 연구의 틀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다.

 

또 한 축인 자기조직화 이론의 뿌리는 20세기 초의 시스템 이론의 등장에서 찾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베르탈란피는 무질서도가 한없이 증가해간다는 열역학 제2법칙과는 달리 끊임없이 진화하며 다양성을 넓혀나가는 생명현상의 원인에 의문을 품었다. 이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생체계를 외부와 끊임없이 에너지와 정보를 주고받는 열린 시스템으로 파악했다. 외부와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시스템은 끊임없이 외부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방향으로의 진화를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시스템 이론의 등장 이후 사이버네틱스와 파국 이론의 붐으로 이어지면서 사회, 경제현상에서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가는 과정의 중요성의 인식이 확산되었다. 각각의 개체들은 대부분 자신 주변의 좁은 영역에서 상호작용을 함에도 전체적인 거대한 질서가 만들어지는 자기조직화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마지막 축인 프랙탈 이론의 뿌리는 기하학의 괴물들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무한히 자신의 모습을 반복하는 괴이한 도형들에 대해 1900년대 초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칸토어 집합, 코흐 곡선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론의 체계화] 이러한 선구적인 연구를 이어받아 로렌츠, 프리고진, 만델브로 등이 이론적으로 체계화시켰다. 1960년대 로렌츠(E. N. Lorenz)는 자연이 결정론적인 특징을 가져도 매우 작은 변화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혼돈 이론의 지평을 열었다. 1970년대 뤼엘(D. Ruelle)과 타켄스(F. Takens)의 난류와 혼돈, 요크(J. Yorke)의 혼돈의 정의, 파이겐바움(M. Feigenbaum)의 보편상수 등이 그 뒤를 따랐다. 또한 생명현상으로 눈을 돌려 지구 탄생 이래 진행되어온 진화의 원리는 통계역학의 법칙과 제대로 맞지 않았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평형상태를 다루는 틀을 벗어나, 무질서하게 보이고 평형과는 멀리 떨어진 상태를 탐구하면서 조금씩 얻어졌다. 진화는 완벽한 질서도 무질서도 아닌, 이들이 팽팽하게 맞서는 지점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프리고진(I. Prigogine)은 이 과정을 자기조직화라고 불렀다. 독일의 하켄은 창발현상과 자기조직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이론체계를 발전시켰으며, 여기에 시너제틱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우프만(S. Kauffman) 등은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한층 고도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보임으로써 진화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했다.

 

이후 통계물리학의 임계현상에 대한 이론이 결합되면서, 백(P. Bak)은 스스로 임계점을 찾아가며 창발적 질서를 만들어가는 복잡계의 이론을 전개했다. 마지막으로 만델브로는 “영국의 해안선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의 모순점을 발견하였다. 지도를 놓고 선을 긋는 것과 실제로 거닐면서 측정하는 것은 큰 차이를 가진다는 것이다. 자의 길이가 작아짐에 따라 점점 더 작은 크기의 만과 반도를 따라가며 재야 하기 때문에 해안선의 길이는 더욱 길어진다.

따라서 해안선의 길이는 더 작은 크기의 만과 반도를 연결한 선의 무한집합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만델브로는 해안선처럼 비규칙적으로 갈라진 구조를 칭하여 프랙탈이라고 명명하였다.

 

해안선, 구름, 산, 나뭇잎, 우리 몸속의 기관지, 은하구조 등의 여러 자연의 모습에 프랙탈의 모습이 숨어 있음을 주장하였다. 그 자체로 독립적인 주제로 보이던 프랙탈 이론은, 혼돈 및 자기조직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복잡계에서 중요한 개념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복잡성과학의 정립] 이전까지 각 학문영역에 나뉘어져 있던 복잡계에 대한 연구가 산타페 연구소의 설립으로 복잡성과학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산타페 연구소는 1984년 5월 “리오그란데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하였다. 조지 카우언이 초대 소장이었으며, 피트 커러서스, 스털링 콜게이트, 닉 메트로폴리스, 기안 카를로 로타, 데이비드 파인즈 등 6명이 발기하여 연구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려고 시도하였다.

 

초기 설립 당시 모임의 정체성에 관해 혼란이 일어났으나 노벨상 수상자인 머레이 겔만이 참여하면서 “창발하고 있는 위대한 합성(emerging great synthesis)”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산타페 연구소의 핵심적인 주제는 복잡계 중에서도 구성원들이 상호 적응하는 복잡적응계였으며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역사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 적용되었다. 산타페 연구소는 복잡계를 공통의 테마로 한 학제간 연구의 성공적인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복잡계 이론이 한층 성숙해지고 일반인들 사이의 인식도 확산되었다.

                                 

                                     [윤영수,채승병/549p,/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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