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만우절에 도봉산 오봉 산행기 *-

paxlee 2007. 4. 1. 22:39

                   

                             만우절에 도봉산 오봉 산행기

 

산행일시 : 2007, 04, 01. 오전 10:40분 송추 진흥관 앞.
산행회원 : 4050 정다운산악회 / 고니님외 18명.
산행코스 : 송추유원지-송추남능선-쉼터바위-여성봉-오봉-오봉샘터 중식-오봉능선-
도봉주능선-신선대앞-송추폭포쪽으로 하산.

 



         - 도봉산 오봉을 함께 오른 정다운님들의 환한 미소가 아름답다. -

 

오늘 도봉산 번개공지는 조금 늦게 목요일에 '살미' 운영자님이 올렸다. 오늘 도봉산 오봉 산행일이 만우절이라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하여도 통하는 날이므로 만우절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산행공지 답글에 '이유같지 않은 이유'라는 글로 부득이 산행을 못하게 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그 글을 인용하여 본다. "도봉산 산행을 못하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일 내일 비가 온다면 산을 잊고 와서 비를 맞게 되는 경우 에 들려 비를 피하면 되겠지만, 내일은 시골에 있는 향우회 회원이 시골 5일장에 소를 팔려고 끌고 갔다가 소 값이 떨어져 팔지를 못하고, 다시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 모퉁이를 돌아 가고 있었다.

 



        - 도봉산을 오르는 정다운님들의 길에는 진달래도 피어나고 있었다. -

 

그 때 갑자기 커다란 추럭이 나타나 그만 소를 들여받아 (당신은) 소가 너머가(다)는 바람에 소를 몰고 가던 향우회 회원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는 급보가 당도하였다. 서울에 있는 고향 향우회 회원들이 한거번에 시골을 간다고 하는데, 소나무 만 산에 가는 것이 못내 마음을 썰렁하게 해서, 함께 묻어서 시골을 다녀와야 하겠기에 부득이 이번 도봉산 산행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것 같아 이렇게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늘어 놓으니, 이 글을 읽으시는 회원님들이나, 내일 도봉산 산행을 하시는 회원님들은 넓은 마음으로 쬐금만 이해를 하여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소나무가 고개를 숙입니다.  

 



 -  도봉산 오봉은 신비스럽고 수려하다. 2봉과 3봉 사이의 절경 -

 

이 글을 읽은 회원님들은 소나무가 오늘 도봉산 산행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예의상 만남의 장소에 먼저 가 있을 수가 없어, 조금 늦게 도착하기로 하였다. 704번 버스를 타고 송추에 내리니 10:50분이 다 되었다. 건널목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진흥관앞에 보니 낯 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다행히 일랑님이 조금 늦게 온다는 연락을 받고 몇 분이 기다리고 있는 중 이었다고 한다. 길을 건너가니 고니님과 트로이님, 샤프강님이 우리를 기다려 주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차를 타고 매표소가 있던 곳까지 올라가 파킹을 시켜놓고(11:00) 앞서간 동료들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걸었다.



         - 산행의 즐거움이 미소의 꽃으로 피어나는 정다운님들의 모습 -

 

산을 오르는 길은 어제 비가내려 그런지 길에 물이 고여 조금 질척거리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오르다 보니 숨이 차고 몸에서 땀이 송알송알 솟아 오른다. 겉옷을 하나씩 벗어서 배낭에 달고 올라갔다. 올라 갈수록 경사길은 급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 오름길에 조그만 능선에 올라서서 숨을 돌리고 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또 열심히 올라갔다. 도봉산 길이지만 송추남능선 길은 돌맹이와 바위가 그렇게 길을 막지는 않았다. 여성봉을 오르는 길은 흙 길이어서 도봉산의 어느 길보다 발 길을 부드럽게 이끌어 주는 길이다. 땀을 한바탕 흘리며 능선에 올라서니 쉼터바위가 보이고, 그곳에 많은 등산객이 머물러 있었다.

 

            - 쉼터바위에 밧줄을 잡고 오르는 정다운님의 산행모습 - 


아마도 저곳에 가면 먼저 간 우리들의 정다운님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더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쉼터바위에 가까이 이르니 우리 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밧줄을 잡고 올라서니 정다운님들이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들고 있었다. 우선 반가운님들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고, 우리도 간식을 함께 들었다. 사진도 찍었다. 오늘은 금년에 가장 심한 황사가 있는 날이라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정다운 님들과 산행을 아니 할수 없어 황사를 무시하고 도봉산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산하의 조망은 황사가 망처 놓았다. 바로 건너편 상장능선이 그 윤각만을 그려주는 그런 상황이었다.

 


            - 오봉 정상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신 정다운님 -

 

여기서 여성봉까지는 그렇게 먼길이 아니다. 오름길이 있고, 평지길이 펼쳐지기도 한다. 평지길을 걸을 때는 한가한 오솔길이 산행의 정겨움과 낭만을 이끌어 내기도 하는 그런 길이다. 그러나 그 길도 조금 지나면 다시 오름길이 나타나고 땀을 흠뻑 흘리며 오르다 보면 이제 도봉산의 전형적인 바위길이 나오고 암벽길이 기다리고 있다. 오르는 길은 나무로 만들어 놓은 계단길이 나오기도 하는데, 계단길은 산행을 힘들게 한다. 올라가면서 여성봉을 올려다 보니 이곳에도 등산객들이 머물러 쉬고 있었다. 여성봉을 오르는 그 짧은 바위길은 많이 미끄러워 요령있게 올라가야 한다.

 

                                  - 여 성 봉 에 서 -

 

여성봉의 바위모습은 참으로 신기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그 위쪽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는 여성봉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서 있다. 거대한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소나무는 너무 힘겨워 보인다. 황사 때문에 산의 배경이 나오지 않치만 그래도 사진은 계속 찍는다. 산행은 발자욱으로 하지만 산행의 결과는 사진으로 남는다. 그러다 보니 산행과 사진은 언제나 함께하는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 산행후에 다시 보는 사진은 그 때 그 산행은 한 번 더 음미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함께한 정다운님들의 다정함을 느끼게 되고, 산행의 기분을 업 시켜주기도 하는 역할을 해 준다.  

 


  -  앉아 있는 님들의 표정과 서 있는 님들의 표정은 왜 다를가 - 

 

우리가 산을 오려다 보면 황사가 짙게 산을 덮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산에서 산하를 바라보면 산하에 더 많은 황사가 쌓여있는 것 처럼 보인다. 황사가 많은 날에 산에 가면 황사의 피해가 더 많은 것 같으나, 산에서나, 시내에서나 황사를 만나는 것은 다 같은 현상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황사가 이렇게 심한 날에도 산에는 등산객으로 산길은 시내 명동길이나, 강남역 길을 걷는 것 처럼 사람들이 분비는 것은 한결같다. 산행을 한다는 것은 사람들 마다 그 이유가 다 다를 수 있지만, 휴일에 산행을 하는 것은 습관적으로 발길이 산을 향한다. 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시원함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 송추폭포의 수정같이 맑은 물 줄기는 힘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

 

우리는 다시 오봉을 향해 올라간다. 여성봉에서 바라보는 오봉의 멋은 참으로 신비로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1봉과 2봉, 그리고 3봉은 가장 우뚝하다. 3봉을 오르는 릿지맨의 그 모습에서 자연과 동화된 모습 그대로 인 것 같다. 4봉은 3봉의 옆구리에 붙어있어 숨어있는 자세로 취하고 있다. 3봉과 5봉은 밧 줄로 연결되어 있다. 밧 줄을 잡고 5봉을 건너는 모습은 아슬아슬한 느낌을 준다. 한 여성이 줄을 잡고 건너려고 여러번 시도를 하는데, 남자보다 다리의 폭이 짧아 앞 뒤에서 남성들이 도움을 주어 간신히 건너가는 그 순간은 가슴을 조리게 한다. 그래서 산행을 함께 하는 것이다.


          - 짙은 황사 때문에 배경 산 모습은 흐리기만 하다. -

 

오봉에 올라서면 평소에는 시야가 넓어 삼각산의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오늘은 황사에 가려 그 자태가 보이질 않는다. 오늘은 오봉에 북한산 관리공단에서 안내원이 나와서 오봉에 대한 안내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오봉에는 전설이 전하여 지는데, 옛날 이 고을 원님이 아주 절세 미인의 딸을 하나를 다리고 부임하였다고 한다. 원님이 다섯개의 봉우리에 가장 높고 아름다운 바위를 올려놓는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소식을 들은 이 고을에 부자집에 아들 오형제를 둔 가문에서 오형제가 다투어 바위를 옮겨서 만들어 놓은 것이 오봉이라고 하는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고 하였다. 욕심이 많은 네째가 가장 큰 바위를 옮기다가 힘에 부쳐 높게 올려놓지 못하고 중간쯤에 걸쳐놓아 4봉은 3봉의 옆구리에 붙여있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 낙엽이 쌓인 장소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 중 -


             - 민들레표 호박죽은 인기 짱 이었습니다. -

 

오봉 그 아래 봉이 하나 더 있는데, 이 봉을 관음봉이라고 하였다. 아직 이곳이 군사지역이라 가까이 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관음봉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정상 조금 아래쪽에 돌의 형상이 관음상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런데 관음상이 여성봉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 관음상이지만 여성봉을 그리워 하는 그 자세는 변함이 없는 것 처럼 굳어있다. 안내원의 설명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치곤 하였는데, 오늘은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였다. 여성봉에도 슬픈 전설이 전하여 진다고 하였다. "여성봉에 얽힌 전설"을 인용하여 본다. 475년경 한 소녀가 한강변에 앉아 맑고 구슬픈 피리를 불고 있었다. 긴 머리에 피리 소리는 마냥 바람에 휘날리며 춤추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운 소녀이다. 얼마 후 소리를 찾아 달려오는 한 청년의 모습이 씩씩하며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청년은 떠나간다.

 



     - 부부가 함께 산행하는 모습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

고구려의 침범에 맞서 백제를 지키고자 싸움터로 나서는 그 청년의 얼굴엔 돌아오지 못할 슬픔이 어려있다. 청년은 개로왕이 전사하던 한성 싸움에서 함께 목숨을 잃고 만다. 그 후 백제는 왕을 잃은 치욕을 씻고자 재건을 꿈꾸면서 477년경 웅진으로 도읍을 옮기는데, 오랜 삶의 터전인 한강유역을 떠나기 아쉬운 처자는 부모와 함께 고구려의 손길을 피해 도봉산 깊숙히 숨어들었다. 그리고 알아 줄 사람 없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애태우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서른 중반의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만다. 이를 불쌍히 여긴 천상의 옥황상제가 무수한 세월동안 남정네의 사랑을 받으라며 바위로 환생을 시키니 이것이 바로 여성봉이다. 처자의 죽은 시기를 기념하여 그 높이를 495m로 하였으니 천오백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성봉은 산 사나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앞서 간 정다운님은 동료들이 도착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우리는 오봉을 내려오다가 점심식사(오후 1시) 자리를 물색하였으나, 19명이 둘러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를 발견하지 못해, 오봉 바위샘 쪽으로 내려가다가 장소를 잡고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였다. 우선 반주를 한잔씩 하고, 오늘의 특별요리 민들레님의  맛이 넘치는 호박죽을 시식하고, 목마(들꽃향기님)의 야채 사라다가 만들어지고, 살미 운영자님이 준비하여 온 생태찌개와 산악대장님의 비지찌개가 우리의 입맛을 자로 잡았다. 그 외에도 떡과 과일 그리고 커피까지 푸짐한 식사가 산행의 피로를 깔끔하게 정리하여 주는 시간이 되었다. 산행은 힘든 시간이지만, 중식시간 만은 정다운 대화가 피어나고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 표현이 쌓이는 그 시간은  입이 즐거운 시간이어서, 입이 즐거우면 마음은 더불어 즐거워 진다는 전통이 우리들을 한 마음으로 뭉치게 하는 시간이 되곤한다.

 


           - 아치형 송추교을 건너며,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 - 

 

점심시간 동안 충분한 휴식을 가진 후, 우리는 오봉능선으로 올라가서 도봉주능선으로 한가롭게 걸어가다가 신선대 아래서 송추폭포 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하고 서서히 내려갔다. 원 계획은 사패산까지 산행을 하고 송추로 하산을 하기로 하였는데, 아우개님이 피로 때문인지 다리에 쥐가 나서 힘든 산행을 생략하기로 하고 하산을 하였다. 송추계곡의 깊은 골짜기는 1.7km 이었으나 지루하게 내려가야 한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바라보며 걷는 그 순간은 그래도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는 것 처럼 착각을 느끼게 해 준다. 몇 번 비가 내려서 그런지 개울 물은 수량이 많고 무척이나 맑은 물이 흐른다. 우리는 송추유원지에 도착하여 한 집에 들어가 산행에서 못다한 정담을 나누며 막걸리와 소주로 뒤풀이를 하였다. 늦게 하늘님이 도착하여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여 주었다. 오늘 함께 산행해 주신 회원님들 무사히 즐거운 산행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사진제공 : 4050 정다운산악회 아우개님, 목마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