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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일상 - 508. <진리의 발견>

야심 차고 도발적인 이 책은 경계를 넘어 인식의 지평을 넓힌 인물들의 전기(傳記)이자 과학사이자 문학사이며, 러브스토리『진리의 발견』. 1700년대부터 현재까지 네 세기에 걸쳐 역사적 인물들의 서로 교차하는 삶을 통해 복잡함과 다양성,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순, 진실과 의미와 초월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탐험한다. 행성 운동 법칙을 발견한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과학에서 여성의 길을 닦은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과 조각 예술에서 성별이라는 견고한 암석을 부수어낸 해리엇 호스머, 문학비평가이자 〈뉴욕 타임스〉 최초의 여성 편집자로 여성주의 운동에 불을 지핀 마거릿 풀러, 시인 에밀리 디킨슨을 거쳐 환경 운동을 촉발한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철 카슨에서 끝을 맺는다. 대부분 여성이며 성소..

Book Review 2022.06.11

백수의 일상 - 507.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괴테의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가슴에 묻어둔 향기로 충만한 기억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열 살 무렵 서울의 달동네에서 만난 어느 부인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진주가 고향이라는 그이에게 나는 마음을 빼앗겼다. 그이는 드물게 명랑하고 우아하며 맑은 기품이 있었다. 내가 그 집을 드나든 건 그이가 ‘노란 개나리꽃을 오래 들여다보면 머리가 어지러워요’라고 재잘대는 어린애를 귀여워하며 간식을 내주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부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그것은 얼굴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말소리에 기분 좋은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뒤 그이는 이사를 갔고,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나의 끌림은 아름다움과 마주한 경이에서 비롯했을 ..

지평선 202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