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49

백수의 일상 - 511. <이 작품의 제목을 붙여주세요>

“이 작품의 제목을 붙여주세요” 〈51〉당신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불가리아 태생의 설치미술가 크리스토의 1967년 작품인 ‘웨딩드레스’. 한 여성이 감당하기 힘든 크기의 짐을 끌고 있는 모습을 통해 다양한 상상력과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았다. 사진 출처 아트리뷴 한 여성이 짐을 끌고 있다. 이것은 불가리아 태생의 예술가, 크리스토(1935∼2020·본명 크리스토 블라디미로프 자바체프)의 작품이다. 일견 특이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일단 ‘웨딩드레스’라는 제목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성이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짐을 끌고 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웨딩드레스라니. 결혼이란 결국 무거운 짐을 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일까. 자, 결혼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저 멀리 신부가 치렁치렁한 웨딩..

지평선 2022.06.13

백수의 일상 - 510. <尹의 자유론 어디서 왔나… 새뮤얼슨·프리드먼 50년 논쟁>

尹의 자유론 어디서 왔나… 새뮤얼슨·프리드먼 50년 논쟁 새뮤얼슨 VS 프리드먼|니컬러스 웝숏 지음|이가영 옮김|부키|552쪽|3만원 조선일보 북스 팀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하면서 물과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던 자유의 어젠다를 되살려냈다. “자유의 재발견”을 촉구한 윤 대통령의 16분 취임사는 그야말로 ‘자유주의 선언문’이었다. ‘자유주의자 윤석열’을 만든 멘토가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다. 윤 대통령은 프리드먼의 대표작 ‘선택할 자유’를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니 프리드먼은 윤석열 국정 5년을 들여다볼 ‘철학적 창문’인 셈이다. ‘새뮤얼슨 v..

지평선 2022.06.12

백수의 일상 - 509. <낯설고 힘든 순간에 만나는 살아있는 나의 모습>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길은 내가 만드는 것 여러분 안녕하세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아시나요? 시인이 20대 중반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 쓴 이 시는 모든 사람의 앞에 있는 두 갈래 길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의 앞에는 똑같이 아름다운 두 개의 길이 있습니다. 둘 다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모든 사람은 두 길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고, 누구도 두 길을 한 번에 걸을 수는 없습니다. 둘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하죠. 시인은 풀이 더 무성한 길을 걷기로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 선택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하겠노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시는 인생에서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상황,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펼쳐지는 삶의 흔적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지평선 2022.06.12

백수의 일상 - 508. <진리의 발견>

야심 차고 도발적인 이 책은 경계를 넘어 인식의 지평을 넓힌 인물들의 전기(傳記)이자 과학사이자 문학사이며, 러브스토리『진리의 발견』. 1700년대부터 현재까지 네 세기에 걸쳐 역사적 인물들의 서로 교차하는 삶을 통해 복잡함과 다양성,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순, 진실과 의미와 초월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탐험한다. 행성 운동 법칙을 발견한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과학에서 여성의 길을 닦은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과 조각 예술에서 성별이라는 견고한 암석을 부수어낸 해리엇 호스머, 문학비평가이자 〈뉴욕 타임스〉 최초의 여성 편집자로 여성주의 운동에 불을 지핀 마거릿 풀러, 시인 에밀리 디킨슨을 거쳐 환경 운동을 촉발한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철 카슨에서 끝을 맺는다. 대부분 여성이며 성소..

Book Review 2022.06.11

백수의 일상 - 507.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괴테의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가슴에 묻어둔 향기로 충만한 기억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열 살 무렵 서울의 달동네에서 만난 어느 부인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진주가 고향이라는 그이에게 나는 마음을 빼앗겼다. 그이는 드물게 명랑하고 우아하며 맑은 기품이 있었다. 내가 그 집을 드나든 건 그이가 ‘노란 개나리꽃을 오래 들여다보면 머리가 어지러워요’라고 재잘대는 어린애를 귀여워하며 간식을 내주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부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그것은 얼굴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말소리에 기분 좋은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뒤 그이는 이사를 갔고,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나의 끌림은 아름다움과 마주한 경이에서 비롯했을 ..

지평선 2022.06.11

백수의 일상 - 506. <청와대 와 용산집무실 관통한 이 선의 비밀>

필연과 우연이 얽혔다…靑과 용산집무실 관통한 이 선의 비밀 ▶청와대 백과사전 6(끝)-청와대에서 용산까지 북한산과 관악산 꼭대기를 이어보니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모니터에 지도를 띄웠다. 북한산 꼭대기인 백운대와 관악산 꼭대기인 연주대를 선으로 연결해보았다. 추측이 맞아떨어졌다. 직선 위에 청와대-경복궁-덕수궁-용산 대통령집무실이 놓여있다. 서울시청, 서울역, 용산역, 동작동 서울현충원도 마찬가지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역사의 핵심을 압축하는 중심축이라 할 만하다. 이는 우연의 일치일까, 역사의 필연일까. 마침 대통령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가면서 풍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릴 때만 해도 대통령집무실 이전 얘기는 없었다. 가운데 아랫부분 비어있는 땅이 용산 미군..

지평선 2022.06.10

백수의 일상 - 505. <국민 빚 허덕일때 폭리 누리는 은행...그뒤엔 '뒷짐진 세력' 있다.>

국민 빚 허덕일때 폭리 누리는 은행...그뒤엔 '뒷짐진 세력' 있다. 그래픽=김현서 시중은행의 과도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회사가 4조 6000억 원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순이익도 역대급이었다. 이를 토대로 금융권의 성과급 잔치가 벌어졌는데, 코로나 19 위기에 이어 급등한 대출금리에 허덕이는 서민과 청년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이자 폭리 논란이 잇따르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최근 대출금리 상승 등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대출금리 상승은 글로벌 긴축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게 요지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핑계’로 은행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불만 섞인 눈총은 여전하다. 그럴만한..

지평선 2022.06.09

백수의 일상 - 504. <미술관이란 어떤 것인가>

미술관이란 어떤 곳인가 나희덕 시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문화적 위용을 보여주던 장소가 다양한 주제와 규모로 분화되어 신자유주의와 디지털 문화 확산 미술관의 공적 역할 재정의돼야 현대문명의 자화상을 포착해낸 히토 슈타이얼의 전시와 질문들 지난주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히토 슈타이얼의 전시 ‘데이터의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긴 영상 작품이 많아 한두 번은 더 가야 할 것 같다. 그는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여성 미디어 작가로, 뛰어난 비평가이자 저술가이기도 하다. ‘진실의 색’ ‘스크린의 추방자들’ ‘면세 미술 : 지구 내전 시대의 미술’ 등이 번역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동시대 예술에 대한 그의 성찰이 주목 받고 있다. ‘데이터의 바다’ 전은 아시아 최초의 개인전이라고 한다...

지평선 2022.06.09

백수의 일상 - 503. <‘정치 원로’ 한광옥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언(苦言)>

‘정치 원로’ 한광옥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언(苦言) “만델라처럼 크게 포용하고, 어미 닭이 병아리 품듯이 국민을 품으시라” ‘내로남불’은 신뢰 상실의 근원이다. 자신에게 엄격해야 하고, 어떤 일 결정할 때 국민 입장에서 고민했던 3金(김영삼, 김대중, 김종필)게게 배워라. 김대중·박근혜 두 대통령을 모셨던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려면 인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 ‘정치 원로’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그는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두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 두 대통령이 그를 곁에 뒀던 건 그만큼 한 전 실장의 역량이나 됨됨이가 인정받았다는 방증일 터. 먼저 그는 국민의정..

지평선 2022.06.08

백수의 일상 - 502.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내 편이냐 아니냐… 요즘 美 정치도 ‘훌리건’이 좌우한다. 美 언론 VOX 창립자의 정치 진단 “반대편 정당에 대한 증오로 투표”하고, 정치에 관심 많은 유권자일수록 지지 정당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아서, 후보의 특징·공약·이념보다 ‘우리 편의 승리’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에즈라 클라인 지음|황성연 옮김|윌북|344쪽|1만8800원 지난 1일 지방선거는 여당 압승으로 끝났다. ‘검수완박’ 행보를 응징하고자 하는 여당 지지자, 계양으로 간 대선 후보의 “정치 생명 ‘끽’”을 막기 위한 야당 지지자가 투표에 나섰다. 지역 밀착 공약은 잡음처럼 들렸다. 어느 순간 정치는 ‘궁지에 빠진 우리 편’과 ‘사악한 저쪽 편’의 이분법이 됐다. 미국 저널리스트로 대안 언론 ‘VOX’를 창립한 에..

Book Review 202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