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암’의 추억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절이 전남 순천의 고찰(古刹) 송광사라 요즘 여행객들로 붐빈다지요. 송광사에서 와온해변까지 박근희 기자가 취재해온 여행 기사(B6~7면)를 읽다가 불일암에서의 작은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불일암은 ‘무소유’ ‘산방한담’으로 유명한 법정스님이 수행하던 암자로, 송광사에서 이삼십분 대숲길을 올라야 닿을 수 있지요. 20대 기자 시절 송광사에서 하루 묵고 이튿날 아침 불일암까지 걸어 올라간 적이 있는데, 법정스님은 이미 강원 정선 오두막으로 떠나신 뒤라 안 계시고, 대신 제자 스님 한 분이 암자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젊은 처자들이 암자에 들이닥치니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스님은, 그래도 짐짓 위엄을 갖추시고 불일암에 얽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