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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일상 - 709. <향기에는 독이 있다>

'독(毒)의 꽃, 그 향기가 내품는 독(毒)과 약(藥)' “삶이란 책 한 장 한 장에는 독이 묻어 있어. 네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면, 그로 인해 중독되고 탈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돼. 그러나 너는 그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최수철의「독의 꽃」 520p) 조명구는 “모든 살아있는 것은 독의 꽃”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과 주변의 삶에서 힘겹게 뽑아낸 독으로 정성껏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책장을 채워 갔다. 독이 묻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한 송이 꽃이 환하게 피어났다. 이제 그의 몸에는 한 방울의 독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책이 되었고 꽃으로 화했다. “내 이야기는, 한 방울의 물과도 같은 한 인간의 생명, 독일 수도 있고 약일 수도 있는 그 물방울 하나의 생성에서 ..

지평선 2022.08.20

백수의 일상 - 708. <결국 삶의 핵심은'관계'다>

결국 삶의 핵심은 "관계" -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한 심리처방전 관계 속의 인간 개인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이 모여 그만의 고유한 역사가 만들어진다. 그 역사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상처를 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에서 '절대적인' 것은 드물다. 거의 대부분의 상황과 경험은 '상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환경과 감정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서 같은 사건이라도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처럼 개별화는 정신건강 영역에서 중요시 생각하는 원칙 중 하나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으로 일반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익히 알고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Book Review 2022.08.19

백수의 일상 - 707. <조작된 이미지를 바로 읽는 현대 사회의 진짜 얼굴>

조작된 이미지를 바로 읽는 현대 사회의 진짜 얼굴 현대 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 회화와 구별되는 사진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재현성”에 있다. 아무리 실제와 유사하게 그린 그림이라도 사진만큼 피사체를 똑같이 재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 역시 완벽하게 객관적이라 할 수 없다. 셔터를 누르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그의 의도는 명백히 사진에 담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실제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여 연출한 사진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체로 보도 사진들이 그 대상이다. 한편, 때로는 현상을 그대로 복제하고 재현하는 것보다 허구의 이미지나 이야기가 현실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한국 자본주의 사회 속 빈부격차를 상승과 하강이라는 수직적 구조를 통..

지평선 2022.08.19

백수의 일상 - 706. <클래식 엘리트 코스 밟다 돌연 자퇴…재즈 뮤지션 전향한 정지수의 도전>

클래식 엘리트 코스 밟다 돌연 자퇴…재즈 뮤지션 전향한 정지수의 도전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만난 정지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19일 같은 장소에서 재즈로는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안철민 기자 엄마는 “제 정신이냐”고 했다. 친구들은 “너 정말 별종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예원학교, 서울예고로 이어지는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지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28·여)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를 1년 다닌 뒤 한국에 돌아와 돌연 자퇴를 선언했을 때 주변 반응이었다. 유년시절 일본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콩쿠르 1위, 한음 콩쿠르 1위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쓴 클래식 유망주의 ‘파격 선언..

지평선 2022.08.19

백수의 일상 - 705. <22년만에 두 다리로 춤추는 ‘클론’ 강원래 다시 본다>

22년만에 두 다리로 춤추는 ‘클론’ 강원래 다시 본다 가상 인간 ‘아바 강원래’ 공개 “안녕하세요, 클론의 강원래입니다. 아하하하!” 18일 오후 자신의 메타버스 아바타 ‘아바 강원래’를 통해 22년 만에 두 다리로 추는 클 론의 ‘초련’ 춤을 선보인 강원래. /메이저세븐컴퍼니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강원래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했고, 목소리도 떨렸다. 이어 뒤편 대형 스크린으로 그의 얼굴을 똑 닮은 아바타가 역시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그런데 “아빠, 아빠는 이제 춤출 수 없어요?”라는 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 아바타가 벌떡 일어나 춤추기 시작했다. 1996년 클론의 히트곡, ‘난’의 안무. 강원래의 두 다리로 추는 춤이..

지평선 2022.08.19

백수의 일상 - 704. <문화 예술 여행기, 영화 속 영국을 가다>

영화 속 영국을 가다: 잉글랜드 편 감성 충만 잉글랜드 여행기 《영화 속 영국을 가다》는 영화의 한 장면을 장식한 ‘그곳’을 찾아 영화와 함께하는 영국 여행기다. 그 첫 번째 여행지는 잉글랜드이며, 이어서 웨일스ㆍ스코틀랜드ㆍ북아일랜드 편이 출간될 예정이다. 잉글랜드의 아름다운 장소가 배경이 된 영화를 중심으로 그곳에 얽힌 이야깃거리가 가볍게 어우러지며 감성 충만하고 유쾌한 여행기가 펼쳐진다. 윌리엄의 여행 책방이 있는 노팅 힐 거리부터 〈제5원소〉에서 소프라노 가수가 광란의 아리아를 부르던 아름다운 극장 로열 오페라 하우스, 〈미이라 2〉에서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미라들이 부활한 대영박물관, 〈골든 에이지〉에서 펠리페 2세가 전쟁을 선포하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과 정원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인 첼시 플..

Book Review 2022.08.18

백수의 일상 - 703. <신라의 달빛 기행>

선덕여왕 앞 밤새 긴줄 늘어섰다…수천명 홀리는 '신라의 달밤' 경주의 대표 야간 관광 프로그램 '신라달빛기행'이 3년 만에 재개됐다. 사진은 지난 13일 저녁 월정교 앞에서 백등을 들고 있는 달빛기행 참가자들. 지난 13일 저녁 경북 경주. 장맛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첨성대 앞은 신라의 달밤을 맞으러 나온 관광객으로 붐볐다. 비구름만 아니었으면 슈퍼 문이 뜨는 날이었다. 첨성대 왼쪽 어귀 천막에 긴 줄이 서 있었다. 천막 안을 들여다보니 예닐곱 명이 앉아 백등에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마침 비가 그쳤다. 손수 그림을 그린 백등 들고 참가자들이 첨성대 앞에 모였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던 ‘신라달빛기행’이 재개되는 순간이다. 달 없는 경주의 밤이었지만, 달빛기행에 나선 참가자들의 얼굴은 달처..

카테고리 없음 2022.08.18

백수의 일상 - 702.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95세 나이에 총선 출마를 선언>

"이탈리아 형편 없어"…전세계 남심 사로잡던 女배우, 총선 출마 선언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20세기 모나리자'로 불리며 전세계 남심을 사로잡았던 이탈리아 영화계의 전설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95세 나이에 총선 출마를 선언해 화제다. 1927년 7월 4일생으로 최근 95번째 생일을 맞은 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상원의원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인들이 본질을 외면하고 논쟁만 벌이는 것이 지쳤다는 롤로브리지다는 "건강에서 정의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결정권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탈라아는 형편없는 상태"라고 비판하며 "국가에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9월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

카테고리 없음 2022.08.18

백수의 일상 - 701. <슬픈 귀납법>

슬픈 귀납법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무 고통도 없었을 테니까요.” 구약성서의 욥이 절망 속에서 했던 절규와 엇비슷한 내용으로, 김영하 작가의 소설 『작별인사』에 나오는 말이다. 화자는 이렇게 대꾸한다. “살면서 느끼는 기쁨도 있지 않아요?” 그러자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그 유익으로 고통의 해악이 상쇄될까요?” 흥미롭게도 이 대화는 인간과 유사한 신체를 가졌지만 로봇인 휴머노이드들이 나누는 대화다. 하나는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어딘가에 기쁨이 있을 거라고 한다. 이 대화에 유전자 복제로 태어난 클론이 끼어든다. “의식과 충분한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이 세상에 넘쳐나는 불필요한 고통들을 줄일 의무가 있어요.” 어차피 태..

지평선 2022.08.18

백수의 일상 - 700. <‘분노 냉동법’>

‘분노 냉동법’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세상에 화(火)가 넘칩니다. 화는 마음에 불이 났다는 말입니다. 마음이 상하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화가 납니다. 화를 내야 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도가 작동할 때도 있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화를 내는지 널리 알기는 어려웠지만 이제는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이 활용되다 보니 과장해서 말하면 온 세상이 다 알게 됩니다. 저도 살다가 보면 가끔 화가 나고 화를 냅니다. 분석을 받는 사람이 분석 시간에 제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화는 피할 수 없는, 대면해야만 하는 감정입니다. 등급을 나눈다면 화, 분노, 격분 순서가 되겠습니다. 화를 기본으로 보면 분노는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이니 더 심한 중간급입니다. 표현 자체가 “화가 난다”..

지평선 2022.08.17